새벽 한반도 접경 지역과 방공 레이더, 지휘통제 화면이 함께 보이는 안보 이미지

안보는 선의로 지켜지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 국방정책을 보는 불편한 질문

안보 문제는 정권 호불호로만 볼 일이 아니다.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군은 헌법 질서 안에 있어야 하고, 민간 통제도 필요하다. 동시에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무인기, 사이버 위협을 바로 앞에 둔 나라다. 그래서 국방 정책은 선의나 명분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실제 억제력이 약해지는지, 적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는지, 동맹과 자주국방의 균형이 무너지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재명 정부 들어 안보를 둘러싼 불안이 커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방부 장관 인선, 방첩사 개편론, 대북 확성기 중단과 철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 한미 연합훈련을 둘러싼 메시지까지 여러 조치가 한 방향으로 읽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긴장 완화와 문민 통제를 말하지만, 비판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혹시 북한이 오판할 틈을 주는 것 아닌가”라고 묻는다.

새벽 한반도 접경 지역과 방공 레이더, 지휘통제 화면이 함께 보이는 안보 이미지
안보 정책은 선의보다 억제력과 대비 태세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먼저 확인되는 사실부터 보자

2025년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안규백 의원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AP 보도는 이를 64년 만의 첫 민간인 국방 수장 인선으로 설명했다. 문민 통제라는 원칙만 놓고 보면 민간인 국방부 장관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은 선출 권력과 민간 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특수성은 다르다. 우리는 정전 상태의 분단국가이고, 수도권은 군사분계선에서 멀지 않다. 국방부 장관이 반드시 장군 출신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군사작전·동맹운용·전시지휘체계에 대한 감각은 매우 중요하다. 민간인 장관 인선이 “군의 정치화 방지”라는 장점으로 작동하려면, 오히려 더 강한 전문 참모 체계와 현장 군심을 읽는 능력이 뒤따라야 한다.

대북 정책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2025년 6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이후 국경 지역 확성기 철거도 진행했다. 정부는 긴장 완화와 접경 지역 주민 피해 완화를 이유로 들었다. 이 조치가 당장의 충돌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라면 이해할 여지는 있다. 문제는 북한이 실제로 상응 조치를 하는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우리 억제력과 심리전 수단을 약화시키지 않는지다.

방첩사 문제는 개혁과 무력화 사이를 구분해야 한다

방첩사는 한국 현대사에서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2024년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군 정보·방첩 조직을 어떻게 통제하고 개혁할 것인지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정치 개입 의혹이 있었다면 조사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군 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거나 선거·정당 문제에 관여하는 일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하지만 그 결론이 방첩 기능 자체의 약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방첩은 군 내부의 기밀 유출, 간첩망, 사이버 침투, 방산 보안, 내부 위협을 막는 기능이다. 북한은 재래식 군사력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 심리전, 정보전에도 공을 들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방첩 조직을 정치 문제의 책임 소재와 구분하지 않고 통째로 약화시키면, 결국 피해는 군 전체의 보안 능력으로 돌아온다.

국방 회의실의 빈 의자와 한반도 지도, 뒤편의 군 관계자 실루엣
문민 통제는 필요하지만, 군 전문성과 방첩 능력의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폐지냐 존치냐”의 단순 구호가 아니라 기능별 분리다. 국내 정치 사찰이나 민간인 정보 수집은 금지하고, 외부 침투와 군사기밀 보호, 방산 보안, 사이버 방첩은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권한은 줄일 곳과 키울 곳을 구분해야 한다. 안보 기관 개혁이 진짜 개혁이 되려면, 정치적 중립성과 작전 능력을 동시에 세워야 한다.

대화는 필요하지만, 일방적 신호는 위험하다

남북 대화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전쟁을 막기 위해 대화 채널은 필요하다. 확성기 방송 중단도 접경 지역 주민의 삶을 생각하면 논의할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안보 정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상대의 의도 변화를 확인하기 전에 우리 카드부터 줄이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핵무력 고도화, 미사일 개발, 무인기 운용,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한국군이 전 장병 드론 운용 능력을 키우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변화 때문이다. 드론전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장에서 이미 전쟁의 형태를 바꿨다. 북한도 이를 학습하고 있다면, 한국의 대북 메시지는 더 신중해야 한다.

정부가 “대화하자”고 말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핵·미사일·무인기 역량을 계속 키우는 동안, 한국만 심리전 수단을 줄이고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을 흘리고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주면 억제의 언어가 흐려진다. 평화는 말로 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도발 비용을 계산하게 만드는 힘에서 출발한다.

야간 접경 지역 위로 무인기와 레이더 궤적, 지휘통제 화면이 보이는 이미지
북한의 무인기, 미사일, 사이버 위협은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은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생존 계산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오래된 과제다. 한국군이 더 많은 책임을 지고 독자 역량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은 정치 일정표에 맞춰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다. 감시정찰, 미사일 방어, 핵우산 신뢰성, 지휘통제, 연합훈련 숙련도, 보급과 예비전력까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한미동맹을 의존이라고만 보는 시각은 위험하다. 동맹은 약해서 기대는 장치가 아니라, 전쟁 억제 비용을 상대에게 크게 만드는 전략 자산이다. 북한이 한국만 상대한다고 생각하는 순간과, 미국 확장억제와 연합전력이 즉각 개입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완전히 다르다. 이 차이가 억제력이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서로 반대말이 아니다. 한국군이 강해질수록 동맹 내 발언권도 커진다. 반대로 동맹을 흔들면서 자주를 말하면, 실제로는 더 큰 위험을 혼자 떠안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미국 없이도 된다”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미국과 함께하되 한국군의 실질 능력을 높이는 현실적 전략이다.

비판의 핵심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다

정부가 정말 나라를 북한에 넘기려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런 표현은 분노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사실 분석은 아니다. 다만 안보는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좋은 뜻으로 긴장을 낮추려 했더라도, 상대가 그것을 양보나 약점으로 해석하면 결과는 나빠질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안보 정책이 국민을 설득하려면 몇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방첩 기능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북한의 무인기·사이버·미사일 위협에 대한 구체적 대비는 무엇인가. 전작권 전환은 어떤 조건이 충족됐을 때 가능한가. 대북 유화 조치가 실패했을 때 되돌릴 수 있는 수단은 준비되어 있는가. 한미 연합훈련과 확장억제는 실제로 강화되고 있는가.

안보에서 가장 나쁜 신호는 모호함이다. 정부가 평화를 원한다면 더더욱 군사적 대비는 분명해야 한다. 대화를 말할수록 훈련은 실전적이어야 하고, 문민 통제를 말할수록 군 전문성은 존중되어야 하며, 정보기관 개혁을 말할수록 방첩 능력은 살아 있어야 한다.

마무리

대한민국 안보의 기본값은 낙관이 아니라 대비여야 한다. 북한이 선의를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나라가 아니라, 북한이 도발을 계산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진짜 평화를 원한다면 유화적 메시지보다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은 군사 대비 태세, 동맹 신뢰, 방첩 역량, 그리고 북한의 변화가 없을 때 정책을 되돌릴 수 있는 결단력이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지점은 단순히 정권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여러 정책 신호가 동시에 “조심스럽지만 약해지는 방향”으로 읽히는 데 있다. 안보는 한 번 빈틈을 보이면 되돌리기 어렵다. 정부가 이 우려를 가볍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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